우리나라는 해마다 11월이면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맞춰 비행기 이착륙까지 멈추는 나라예요. 온 나라가 숨을 죽이고 영어를 듣게 해 놓고, 정작 말하기는 수능 어디에도 없었죠. 그러니 수능 영어 1등급에 토익 850점을 받아 놓고도 외국인 동료가 "Do you have a minute?" 하고 다가오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어른이 이렇게 많은 거예요.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렇게 훈련받은 적이 없을 뿐이에요.
그래서 어른의 영어 독학은 문법책 1장이 아니라 입에서 시작해야 해요. 머릿속에 이미 들어 있는 단어와 문장을 소리 내어 꺼내는 연습을 하루 40분씩, 적어도 12주 동안 매일 하세요. 새로운 문법을 더 채워 넣는 건 그다음 일이에요. 시험을 거친 많은 성인 학습자에게 모자란 건 지식이 아니라 꺼내는 속도거든요.
수능 영어와 토익이 남긴 것과 남기지 않은 것
시험 탓만 하려는 건 아니에요. 수능과 토익은 생각보다 많은 걸 남겼어요. 긴 지문에서 요지를 찾아내는 눈, 보기만 봐도 함정을 알아채는 감각, 그리고 꽤 넓은 어휘까지요. 문제는 이 능력이 모두 받아들이는 쪽에 몰려 있다는 데 있어요.
| 시험 | 평가하는 영역 | 평가하지 않는 영역 |
|---|---|---|
| 수능 영어 | 듣기, 읽기 | 말하기, 쓰기 |
| 토익 | 듣기, 읽기 | 말하기, 쓰기 |
| 토익스피킹, 오픽 | 말하기 | 쓰기 |
표를 보면 지금 상태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읽을 때는 1초 만에 이해하는 "I should have told you earlier"를 말하려면 10초가 걸리는 건, 이해하는 회로와 말하는 회로가 따로 훈련되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 오픽 등급을 요구받고 나서야 처음으로 영어로 2분 넘게 말해 본 분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고요.
영어 독학이 매번 3주 만에 끝나는 이유
새해 첫 주에 서점에서 두꺼운 문법책을 사요. 1장은 문장의 5형식이에요. 2주 차쯤 to부정사의 명사적 용법에 들어설 무렵 회사 일이 몰리고, 한 달 뒤엔 책갈피가 3장에 그대로 꽂혀 있죠. 영어 독학을 이렇게 서너 번 시작했다 접은 분이라면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할 필요 없어요. 의지보다 설계가 잘못된 거예요.
문법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방향으로만 가요. 그런데 기억은 같은 내용을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다시 만나야 남아요. 게다가 문법책을 아무리 풀어도 입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아요. 3주를 열심히 했는데 말이 하나도 늘지 않은 것 같다면, 실제로 말하기 연습을 0분 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순서를 뒤집으세요. 매일 짧게, 소리 내서,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문법책은 처음부터 읽는 교재가 아니라 막힐 때 펼쳐 보는 사전으로 쓰면 돼요.
한국어 화자가 영어에서 걸리는 지점
동사를 늦게 정하는 습관
한국어는 동사가 맨 끝에 와요. "나는 어제 퇴근하고 팀 사람들이랑 강남에서 저녁을 먹었어"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마지막에야 나오죠. 영어는 "I had dinner with my team in Gangnam after work yesterday"처럼 두 번째 자리에서 벌써 동사를 정해야 해요. 말이 막히는 순간의 상당수는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주어 다음에 올 동사를 아직 못 골라서예요. 연습할 때는 주어와 동사부터 먼저 말하고, 사람과 장소와 시간은 뒤에 하나씩 붙이는 버릇을 들이세요.
a와 the
한국어에는 관사가 없어요. 그래서 "I'm student"가 나오고, 처음 꺼내는 이야기인데 "I watched the movie yesterday"라고 말해서 상대가 어떤 영화냐고 되묻게 만들어요. 다행히 관사를 틀린다고 대화가 끊기는 일은 드물어요. 말할 때는 조금 너그럽게, 이메일을 쓸 때만 꼼꼼하게 보는 게 현실적이에요.
사라진 주어
"비 와." "괜찮아?" 한국어로는 주어 없이도 완벽한 문장이에요. 영어로는 "It's raining." "Are you okay?"처럼 주어를 꼭 세워야 하고, 날씨나 시간처럼 딱히 주어가 없는 문장에도 it이 들어가요. 급할 때 "Is okay?"가 튀어나오는 것도 이 습관 때문이에요.
부정 의문문에 대답하기
"커피 안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한국어로는 "네, 안 좋아해요"라고 해요. 영어로 "Don't you like coffee?"라고 물으면 "No, I don't"가 맞아요. 영어의 yes와 no는 질문의 모양이 아니라 내 대답이 긍정인지 부정인지를 따라가거든요. 회의에서 이걸 틀리면 정반대 뜻이 전달되니, 발음보다 먼저 고쳐야 할 습관이에요.
f, v, r, l, th
coffee를 "커피"로, very를 "베리"로 말하면 상대는 문맥으로 겨우 알아들어요. f와 v는 윗니를 아랫입술에 대는 소리, r과 l은 혀의 위치가 전혀 다른 두 소리, th는 혀끝을 이 사이로 살짝 내미는 소리예요. 소리별 연습법은 영어 회화 독학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12주 영어 독학 계획, 하루 40분
매일 40분 가운데 10분은 단어 복습, 30분은 단계별 연습이에요. 새 단어보다 어제와 지난주에 본 단어가 먼저고, 단어를 오래 붙잡아 두는 요령은 영어 단어 외우기 글에 자세히 적었어요.
- 1주에서 4주: 꺼내기. 쉬운 레슨으로 기초 문장을 복습하고, 그 문장을 듣고 소리 내어 따라 해요. 이미 아는 수준이라고 건너뛰지 마세요. 아는 문장을 생각하지 않고도 바로 말하는 게 이 단계의 목표예요.
- 5주에서 8주: 내 이야기로 바꾸기. 배운 문장에서 단어 하나를 바꿔 내 상황으로 만들어요. "I'm going to the gym after work"가 "I'm going to a team dinner after work"가 되는 식이에요. 하루 세 문장을 휴대폰에 녹음하고 다음 날 들어 보세요. 처음엔 꽤 민망한데, 자기 발음을 직접 듣는 것만큼 빨리 고치는 방법도 드물어요.
- 9주에서 12주: 1분 말하기. 하루 한 주제를 정해 1분 동안 멈추지 않고 말해요. 출근길, 지난 주말, 요즘 맡은 일 같은 것들이요. 틀려도 멈추지 않는 게 규칙이에요. 막힌 표현만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 날 찾아보면 그게 그날의 공부예요.
12주가 끝나면 첫 주에 녹음한 파일을 다시 들어 보세요. 그 차이가 다음 12주를 버티게 해 줘요.
얼마나 걸리는지 숫자로 보기
유럽평의회가 만든 CEFR은 언어 능력을 A1부터 C2까지 여섯 단계로 나눠요. 케임브리지 영어가 제시하는 대략적인 지도 학습 시간은 처음부터 시작했을 때 A2까지 180에서 200시간, B1까지 350에서 400시간, B2까지 500에서 600시간이에요.
수능을 거친 성인은 이 숫자를 처음부터 다 채울 필요가 없어요. 읽기는 B1이나 그 위인데 말하기는 A2 근처에 머무는, 균형이 무너진 상태인 경우가 흔하거든요. 말하기만 따로 끌어올리는 데 드는 시간은 그래서 생각보다 짧을 수 있어요. 하루 40분이면 석 달에 약 60시간이고, 그 정도면 스스로 차이를 느끼기에 충분해요. 다만 회의에서 근거를 들어 의견을 말하는 B2 수준은 1년 이상 잡는 게 정직한 계산이에요.
한국어로 영어를 배우면 덜 헤매는 이유
영어는 영어로 배워야 영어식 사고가 생긴다는 말, 학원 상담실에서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B2 이상에서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A1에서 B1 사이에서는 설명을 이해하는 데 힘을 다 써 버리고 정작 연습할 힘이 안 남아요. 현재완료가 과거의 일과 지금을 잇는다는 설명을 영어로 세 번 읽는 것보다, "I've lost my key"(잃어버려서 지금도 없어요)와 "I lost my key yesterday"(어제 잃어버렸어요, 지금 상태는 말하지 않아요)를 한국어 뜻과 나란히 한 번 보는 게 빨라요.
Qlango에서는 코스를 추가할 때 어떤 언어를 통해 배울지 직접 골라요. 한국어를 고르면 영어 단어와 예문을 한국어 뜻과 짝지어 익히고, 레슨이 짧게 나뉘어 있어서 위의 하루 40분 계획에 그대로 끼워 넣을 수 있어요. 영어는 A1부터 C2까지 있고 미국식과 영국식 중에 고를 수 있어요. 다른 언어와 레벨은 지원 언어 목록에서 볼 수 있고, 출퇴근 시간을 쪼개 쓰는 방법은 직장인 영어 공부 글에 따로 있어요.
오늘 할 일은 하나예요. Qlango에서 영어 코스를 추가하면서 배우는 언어로 한국어를 고르고, 첫 레슨의 문장들을 소리 내어 끝까지 따라 해 보세요. 문법책은 그다음에 펴도 늦지 않아요.



